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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센텀이루다 스토리 공모전 대상 당선작

​[제2회 센텀이루다 스토리 공모전 대상 당선작]

 

제목 : 70’s 김지영(In Erooda)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당신과 나의 이야기

글 : 약제과 정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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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0일 화요일 새벽 5시 30분>

 

♪띠리....

목청껏 울어재껴 온 집안 식구를 깨워야 제 임무를 다할 핸 드폰 알람소리는 오늘도 75년생 김지영의 손가락 하나에 완벽한 KO패!

새벽 5시 30분, 언제나 같은 시각 디지털 알람 소리가 채 한마디를 울리기도 전에 나는 잠에서 깬다. 금쪽같은 내 새끼들 행여 선잠이라도 깰까, 흐트러진 이부자리를 조용조용 고쳐주고, 나란히 똑같은 모습으로 세상 천사같이 자고 있는 나란한 앵두를 닮은 바알간 두 볼에 까칠한 내 손을 스윽 쓸어내려본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세상 예쁜 내 새끼들.

 

오늘은 우리 쌍둥이들이 내게 선물같이 온 날, 내게 행복의 또 다른 모습을 지금까지 보여준 귀하고 귀한 오늘. 잠에서 덜 깬 나를 꾸역꾸역 일으켜 세워 부엌으로 향한다. 따뜻한 미역국 한 그릇이 이 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다. 식탁 위에 소박한 아침상을 다 차릴 때 쯤 잠들어 있던 나도 깨어난다. 곤히 잠든 남편의 잠을 방해할까 까치발을 동동거리며 좁은 집 곳곳을 나 혼자 분주하다. 10살 두 형제의 가방을 열어 보고, 오늘 입고 나갈 옷가지며 양말을 머리맡에 두고서야 조용히 남편을 깨운다. 잠들어 있는 두 녀석에게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종종거리며 아직 채 밝아오지 않은 아침을 맞으며 집을 나선다.

잠시나마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 온전한 나로서 내 몫을 감당할 수 있는 곳, 그 공간(이루다)으로 나는 오늘도 이른 하루의 발걸음을 옮긴다.

 

- 7병동의 70's 김지영 -

 

 

 

 

 

<2019년 3월 30일 토요일 오전 7시 30분>

 

“카톡, 카톡, 카톡”  아침부터 뭔가 불길함을 전해줄 것만 같은 79년생 김지영의 귀를 거슬리는 카톡 알림이 쉬지 않고 울린다. 밤잠을 설치게 했던 오늘의 소박한 나의 일탈을 어쩐지 톡톡 털어 날려버릴 것만 같은, 어쩌면 이런 쓸데없는 기분은 틀린 적이 없는지. 비! 비! 눈치 없는 비가 토요일 아침부터 나의 설렘을 실망으로 바꾸어 하염없이 내리기 시작한다.

 

‘내 라이딩!’ ‘내 첫 자유!’ ‘내 첫...일탈!’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내 마음의 소리는 100데시벨 이상의 괴성을 지르며 부르짖는 중이다.

나는 매일아침 여행을 떠난다. 나를 알아주는 이가 있는 곳(이루다)으로의 버스 여행. 집을 나서는 그 순간 무어라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안도감이 나를 토닥여주는 듯하다. 5살, 7살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그림자보다 더한 내 분신이 있다.

 

나의 하루의 시작을 오롯이 나만을 위해 준비한 적이 언제였던가, 나의 주말을 나를 위해 온전히 보낸 적이 언제였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말 근무가 없는 날이면, 나는 일주일의 피곤함을 고스란히 내 등에 짊어진 채 또 아이들을 위한 캠핑카에 올라 공허히 어딘가로 향한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편히 쉬는 주말은 내게 사치인지 오래다. 그런데! 하늘이 주신 공식적인 자유의 날을 방정맞게 톡톡거리며 알리는 비 소식! 내 첫 라이딩은 어쩌란 말인가. 세상 슬픈 발걸음을 옮기는 그 시간, 실의의 빠진 나의 마음 속 울부짖음은 하늘에 닿아 기적으로 바뀌고 매일 아침 홀로 상상했던 버스 여행은 현실로 다가왔고, 3월의 봄은 온 하늘을 뒤덮은 벚꽃을 내게 선물했다. 한시간 남짓한 거리에서 나는 자유를 한껏 누려본다. '내가' '온전한 내가 되어' 자유로워 질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공식적인 내 안식처(이루다)가 있음이 이렇게 든든할 수 가 없는 오늘이다.

 

 

- 이루다 동호회 라이더스에서 경주로의 라이딩을 가며, 6병동의 70's 김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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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82년생 김지영>

그 화두의 주인공들이 내가 일하고 있는 이 곳 센텀이루다요양병원 곳곳에 숨어있다.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녀들의 일상이 내게는 왜 이렇게 공감대를 가지고 와 닿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나는 주인공 아닌 조연 76년생 김지영이다. 나에게도 17살 된 고등학생 아들과, 곧 중학생이 될 딸아이가 있다.

 

저녁 11시 30분,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팅팅거리며 메시지가 온다. ‘엄마, 나 이제 학원 마쳤어’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던 나는 후다닥 차 키를 찾아들고 오늘의 마지막 픽업 업무를 완수하러 나간다. ‘팅팅’ 아들의 생사를 알려주는 엄카 메시지, ‘팅’ 한솥도시락 7천원 결제,‘팅’ CU장산점 2500원 결제. 나 76년생 김지영의 아들은 엄마에게 장난감을 사달라 더 이상 조르지 않는다, 친구와 싸워서 맞았다고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지금의 내 아들은 팔할의 월급통장이 키운다. 엄마보다 친구가 더 소중한 시기이고, 엄마의 무관심이 아들에게 자유를 주는 쓸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내 아이가 내 키를 훌쩍 넘어 큰 17년의 시간동안, 나도 그만큼 훌쩍 커서 아이와 함께 성장해 있을까? 나는 그렇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울며 보채는 어린 아들을 시어머니께 맡기고 직장을 다닐 용기가 없었고, 퇴근 후 잠시 쉴 틈도 없이 아이들 픽업에 가족들 저녁 준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루다의 숨은 곳에서 활약하는 주인공의 시간을 나는 보낸 적이 없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내가, 또 다른 누군가가 해내지 못한 1인 다역의 힘든 주인공 역할을 담담히 해 내고 있는 그녀들이 이루다 곳곳에서 지금도 열연하고 있다. 대단한 에피소드가 아니어도 그녀들은 반짝반짝 빛을 내며 제 할 일을 열심히 해 내고 있다. 영화의 김지영처럼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말하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내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감당해 내고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 역할을 견디며 소화하는 대견한 이루다 김지영님들에게, 감사함과 큰 박수를 보낸다.

 

이루다 70’s 김지영님들이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딸이 아니라 온전히 존중받는 나로 일어설 수 있도록 숨비소리를 내게 해준 이루다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나를 나로 인정해 주는 무대에서 레드카펫을 당당히 걸어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일하는, 이루다 70’s 김지영님들을 대신하여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이렇게 글로 나마 전한다.

제1회 공모전에서도 대상을 받은 이루다의 작가, 약제과 정미정 선생님의 글이었습니다 :)

70년대생의 많은 김지영님 뿐만 아니라, 오늘도 오롯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홧팅하십시요!

 

 


[제 1회 센텀이루다 직원스토리 공모전 대상 보러가기]

https://blog.naver.com/kulu98/221353716554

 

[이루다 라이딩 동호회 '라이더스' 경주 여행 보러가기]

https://blog.naver.com/kulu98/221515099037